이방인이 본 우리, 한국문화사 30 이방인이 본 우리, 한국문화사 30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 후기와 개화기의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봤다. 국사편찬위워회에서 펴낸 '이방인이 본 우리'라는 책을 참고삼아서 함께 소개한다.

 

'이방인이 본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힌다는 취지로 국사편찬위워회에서 펴낸 한국문화사 시리즈의 30번째 책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이 이 문화사 시리즈는 다양한 문화 현상 중에서 각 권별로 주제를 가려 뽑아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성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기존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새로운 이론과 자료를 수용하여 살아 숨쉬는 문화사의 복원을 시도했다는 게 국사편찬위원회의 설명이다.

 

각 권별 주제는 정치.경제.사회.일상.사유.예술 분야의 전공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문화사 편집 위원회'에서 기획하였으며, 집필에는 역사학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특정 주제를 여러 학문 분야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풍부한 삽화자료가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이 책의 목차 부분이다.

 

 

한국 문화사 간행 취지
이방인이 본 우리를 내면서


제1장 세계에 비친 우리나라 고대의 이미지
1 중국 정사에 보이는 우리 민족의 이미지
2 일본 사서에 보이는 우리 고대의 이미지
3 영원한 세계인, 장보고
4 황금의 나라와 유토피아, 신라


제2장 송나라 사람이 본 고려
1 동아시아 정세와 여송 관계
2 송나라 사대부의 고려 인식
3 『고려도경』에 나타난 고려의 모습
4 송나라 사람의 타자적 인식과 고려


제3장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중원인이 본 우리
1 몽골인의 유목민적 고려관
2 원의 이중적 고려관과 중화적 세계관
3 명의 조공 - 책봉 체제 확립과 조선관


제4장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 조선인
1 조선과 서양의 만남, 그리고 그에 대한 기록들
2 표류한 서양인들이 이해한 조선
3 선교사들의 조선 인식
4 탐사기에 나타난 조선의 모습


제5장 개항기 외국 여행가들이 본 조선, 조선인
1 조선인에 대한 인상
2 조선의 이국적 풍물과 특산품
3 오리엔탈리즘과 왜곡된 조선 인식


제6장 일제와 서양인이 본 식민지 조선
1 근대 서양의 '동양'에 관한 인식
2 조선에 관한 '타자'의 시선
3 한말 서양인의 조선, 조선인 인식
4 일제 강점기 일제와 서양인의 조선 인식
5 '타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

 

 

 

여기서 특히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제4장, 제5장의 조선 후기와 개항기의 우리 모습이다.  

 

 

일본 데지마 섬의 네덜란드 무역관일본 나카사키 항에 있는 데지마 섬의 네덜란드 무역관

 

 

 

제 4장 표류한 서양인들이 이해한 조선 항목에서 '하멜 표류기'를 다루고 있는 이 대목을 읽으면 당시 한발 앞서 나가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멜의 보고서를 받아 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동인도 회사 최고 간부들은 조선과의 교역 가능성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당시 일본 테지마 섬의 네덜란드 무역관에 있던 실무자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조선과의 교역이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라 자체가 무척 빈곤할 뿐 아니라 조선인들이 이방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배척심과 그로 인해 이방인들의 입국 허가를 극구 거부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 가운데 하나였고, 다음으로는 "조선에서 위세를 부리고 있는 종주국들" 즉 청나라와 일본 양국이 모두 조선과의 교역에 네덜란드가 개입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른 하나의 이유였다.

 

나아가 조선에 적합한 무역항이 있는지도 의문시했는데, 위의 오른쪽 사진과 왼쪽 도판에서 보이는 일본 데지마 섬에 개설된 네덜란드 무역관의 위용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닫힌 문화에서 살고 있었는지를 비교, 가늠해볼 수 있다.  

 

 

 

광화문 앞 거리 사진 1894년 무렵의 광화문 앞 거리 사진

 

 

 

이 책을 펴낸 이는 샤를 바라가 전하는 한양 거리의 모습이,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인상적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바라가 전하는 당시 한양 거리의 모습은 이같은 해석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아무리 봐도 부정적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옮겨적는 일은 생략한다.)

 

구한말 개항기 관련 역사를 보고 있으면, 지금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 발전한 게 거의 기적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왜 아니겠는가?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겪으면서 불결하기 짝이 없던 그 조선은 세계 최빈국의 나락으로까지 떨어진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어제도 오늘도 최순실 국정 농단 건으로 박근혜 아웃을 외치는 목소리가 광화문에 한가득이다. 민주주의 만세를 부르며 좋아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다시금 역사의 뒤안길로 가는 걸 걱정해야 할 일인지 선듯 말하기가 쉽지 않다. 굳이 애써 역사를 다시 읽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