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사놓고도 읽지 않는 책이 꽤 있다. 


그렇다고 한 페이지도 들쳐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읽지 않는 책이란 책을 산 그날 한번 들춰본 뒤로 제대로 읽지 않은 책을 말한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도 그런 책 가운데 하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안 읽힌다. 


다른 사람들은 재밌다는데, 재밌어서 술술 읽힌다는데 나는 안 그랬다. 


그가 책에서 풀어놓는 이른바 '썰'들이 자꾸 내가 얻고자 하는 '지식(유시민은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이라 칭한다. 그런 의미의 지식이다)'을 방해한다는 인상이어서인지도 모른다.  


암튼,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 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늘 가까운데 두고 있는데, 오늘도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오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소개하는 까닭이다. 


저자 유시민은 특유의 차분하지만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어조로 일반적인 경제학의 정의부터 '거꾸로' 생각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경제학은 인간의 무한한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정의에 대해서 물론 인간은 무한한 물질적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책도 읽어야 하고 영화도 봐야하는, 즉 정신적 욕구를 지닌 존재라고 꼬집는다. 


'대박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합리적 판단력이 결여된 얼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치부당한 노름도 경제학적 시각을 가지고 살펴본다. 단순히 돈을 얼마 따는 것이 중요해서라기 보다 도박에 있는 스릴과 오락의 재미, 심리적 만족이라는 측면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험한 도박에 탐닉하는 것은 매력 있는 이성을 향한 열정만큼이나 강력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니 '주식투자와 경마로 날린 돈을 국가더러 물어내라고 데모를 하지 않는다면야, 스스로 대박의 꿈을 좇는 불나비가 되어 장렬하게 패가망신하는 것도 합리적인 경제인의 당당한 권리'라고 말한다. 


이렇게 저자는 모순덩어리인 인간들이 먹고 사는 문제라는 관점으로 경제학에 접근, 수요, 공급이론, 국가채무, 독점, 한계효용, 로렌츠 곡선 등 기존 경제학의 이론을 적용 또는 비판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경제학 카페라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쉽게 쓴 책은 아니고 그래프와 도형, 공식도 꽤 실려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미건조한 그래프와 수학공식에서 사람냄새가 나는 독특한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권장 도서 목록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실려있어서 경제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하다.


다음은 네이버 책소개에 나와 있는 '추천평'이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경제에 대한 정보와 경제학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제공한다. 이 카페는 대학에서 경제학개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환영한다. 학생들은 여기에서 경제학과 경제학자에 대한 야유와 조롱을 들음으로써 경제학과 일정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숲을 보려면 덜컥 숲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피해야 한다. 또한 '경제학 카페'는 경제를 알고 싶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펴들 의향은 전혀 없는 평범한 독자들을 정중하게 초대한다. 이 가페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모두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현실문제들이다. 경제문제가 신문 경제면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카페 손님들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책갈피에서 저자 유시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유시민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오긴 했는데, 독재자 전두환한테 겁 없이 대들었다가 두 번이나 감옥에 가고 제적을 당하느라 경제학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 없이 순전히 안면으로 대학을 졸업했다"고. 



독재자 전두환한테 겁 없이 대들었다가 두 번이나 감옥에 가고유시민, 독재자 전두환한테 겁 없이 대들었다가 두 번이나 감옥에 가고



사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