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과연 피케티의 논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질문을 놓고 시장경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7인의 석학들이 모였다. 각각 전문분야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피케티 이론을 분석하고 한국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글들이다. 따라서 이 책은 피케티의 논의를 해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론적 기초와 오류, 새로운 대안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읽기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읽기

피케티의 이론은 직관적이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크다는 것이다. 즉, 돈이 돈을 벌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피케티는 지난 300년간의 소득 및 부의 분배 구조 변화를 실증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엄청난 공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피케티는 대안까지 제시한다. 날이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진다는 결론 하에,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간혹 문제가 되는 부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인 ‘과세 네트워크’를 제안하기도 한다.

 

제일 먼저 책이 발간된 프랑스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화제가 되었다. ‘피케티 열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그의 세계적 위상은 이만저만한 정도가 아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구입해놓고 읽지 않는 책 1위’가 '21세기 자본'이라고도 한다. 투철한 경제학 방법론보다는 “분배가 잘못돼 있다”고 호소하는 그의 감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움직인 듯싶다.

 

피케티의 책은 주요 선진국가를 대상으로 300년간 소득과 부의 자료를 통해 각국의 불평등 수준을 실증적으로 측정한 결과와 ‘과세 네트워크’란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국현실은 피케티가 연구한 대상 국가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7인의 필자들(신중섭, 현진권, 안재욱, 조동근, 오정근, 김영용, 좌승희)은 피케티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불평등 현상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고 정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들은 각자 세부전공 분야에 따라 자유롭게 집필하였다. 피케티가 보는 불평등에 대해 경제철학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또한 피케티 책자의 구체적 내용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등 피케티의 시각을 좀 더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피케티의 제안대로 높은 자본세를 부과하려면 모든 국가가 과세 자료를 공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국가별로 서로 상이한 경제 및 지역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모든 국가가 동조해서 과세 정보를 공유하고, 동일한 세금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조세 경쟁이 현실화된 국제 경제 환경에서, 동참하지 않는 국가의 이익이 엄청나게 크게 되므로, 과세 자료 공유에 대한 피케티의 제안은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만, 유토피아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는 매우 영민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으로부터 빚어지는 사회의 집체적 현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회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비록 타당하지 않더라도 대중의 인식이 그러하다면, 이를 문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대중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