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

1888년. 한 미국 처자가 이국땅인 조선의 제물포 항에 내린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어스 호톤. 그녀의 눈에 비친 당시의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은 왕실 의사로 온 미국의 선교사 릴리어스 호톤이 본 조선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당시 이 땅에서는 일본과 러시아의 제국주의 세력과 청나라의 힘이 팽팽히 맞서서 ‘늙은 왕국’을 삼키려고 때를 엿보고 있었다. 조선을 둘러싸고 제국주의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구세력 청나라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던 그 시기, 릴리어스는 조선 구석구석을 다니며 동학운동과 갑오개혁, 청일전과, 을미사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조선에 대해 꼼꼼히 기록해 나간다. 단발령과 아관파천, 을사조약,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같이 격변의 시대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조선견문록>은 근세 조선에서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한 여인의 진솔한 고백이며 기록이다. 그녀가 체험한 독특한 한국 현대사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조선, 다른 역사서로서는 알 수 없는 당대 서민의 삶과 문화를 색다른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녀보다 먼저 온 선교사 언더우드와 결혼하면서 신혼여행으로 조선의 구석구석 여행한 이야기도 읽을만하다. 호랑이와 산적이 출몰하고 풍토병과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던 조선에서의 신혼여행, 시의로서 바라본 명성황후의 여러 인간적인 모습, 고종과 세자를 비롯한 왕실과 그 주변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책에는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양상과, 제국주의 열강의 세력 다툼 사이에서 힘없이 몰락해 가는 조선 왕조의 모습, 그리고 당대 조선 민중의 삶이 외국인의 독특한 시각으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그가 시의로 우정에 가까운 친분이 있었던 명성황후의 여러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묘사, 그리고 고종과 세자를 비롯한 왕실과 그 주변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근대 역사 자료로서도 매우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의 현장, 그 소용돌이 곁에 서서 조선을 지켜본 한 벽안의 외국인이 천진스럽게 그려놓은 이 ‘독특한 한국 현대사’를 통해 역사가 시각에 따라 얼마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알게 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장점이다.   


1984년 뿌리깊은나무에서 펴냈던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생활'을 수정, 재편집하여 펴낸 책이다.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




이 책을 쓴 릴리어스 호톤 언더우드는 뉴욕 주의 알바니에서 태어났다. 시카고 여자 의과 대학 재학 시절, 장로교 선교위원회의 요청으로 1888년 조선에 왔다. 조선에 도착하자마자 명성황후 민씨의 시의가 되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서양 병원인 광혜원의 부인과 책임자로 일했다. 1889년 조선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던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와 서울에서 결혼하여, 신혼여행과 선교 여행을 겸해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 등을 순회했다. 그는 서른 해가 넘도록 격동기의 조선 땅에 살면서 기독교 선교 활동뿐 아니라 의료 사업과 교육 사업, 사회 사업 등에 전력하다 1921년 서울에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