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오늘은1910년 오늘은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인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 또는 한일합방, 경술국치 등으로 부르는 조약이 체결되었다.

 

대한제국에서 조선으로 명칭이 바뀌며 일본제국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뼈아픈 역사의 순간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그 해 신문 242일의 기록을 통해 당시 ‘오늘’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이같은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당시의 주요 신문인 '대한매일신보'와 '경향신문' 기사를 재구성하여 1910년 1월 1일부터 그 해 말까지 하루하루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100년 전 대한제국의 ‘오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은 아픔의 순간인 대한제국이 멸망한 1910년을 기존 역사책처럼 역사가의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당시 발행된 신문 기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를 들여다본다. 그리하여 이 책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이 당시의 하루하루를 작은 일상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 해인사 대장경 목판이 통째로 일본으로 넘어갈 뻔했다는 이야기
- 사용한 우표를 다시 사용하려다 걸려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백성이 있었다는 사실
- 일본인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친일인사들의 행적
- 한국인 변호사를 구하기 위해 애쓴 안중근 의사의 아우 이야기
- 고종을 상대로 사기를 친 이완용의 탁월한 이재술, 아니 재테크 이야기
- 온 백성이 참여한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모은 돈이 결국 조선총독부로 이관되었다는 사실

 

 

위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이다. 당시 신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당시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큰 화제였지만 역사적으로는 크게 다루지 않던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오히려 지금 우리에겐 마치 신문을 보듯 자연스럽고 더 흥미로운 역사가 아닐까? 지금도 신문에는 살인, 사기, 강간 등 강력사건에서부터 평생 노점을 해 모은 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루만 지나면 역사가 된다.

 

이 책은 이처럼 당시 사람들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뿐 아니라 한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한 걸음 떨어져 지식으로만 익히는 역사가 아닌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히 기록된 신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처럼 생생한 신문 기사를 통해 1910년을 사는 것처럼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1910년 오늘은, 대한제국이 망하던 해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1910년 오늘은, 대한제국이 망하던 해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안 씨의 사진
일인 가운데 사진으로 영업하는 자들은 안중근 씨의 사진을 많이 박아서 내외국 사람들에게 판다고 한다.
_3월 29일 <대한매일신보>

 

안중근 의사의 사진이 오늘날 아이돌 그룹 사진이나 체 게바라 사진처럼 널리 유포되었음을, 그것도 일본인이 그리했음을 짐작케 하는 기사다. 참으로 놀랍고도 영원히 기억해야 할 아름다운 내용이라 하겠다. 그런데 며칠 후에는 더 어이없는 기사가 실린다.

 

이것도 치안 방해라고
한인 가운데 충신 안중근이라 쓰고 안중근 씨의 사진을 박아서 엽서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다투어 사는 까닭에 경시청에서는 그것을 치안 방해라고 하며 발매를 금지하고 그 엽서를 모두 압수하였다고 한다.
_3월 31일 <대한매일신보>

 

어떤 엽서길래 압수까지 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오늘날 한 장이라도 전해오면 좋으련만.

 

 

이처럼 이 책은 엮은이가 상황 설명을 약간 붙이고 해당 날짜 신문 기사를 그대로 실었다. 순서는 날짜를 기준으로 했고, 관련 기사가 있으면 날짜와는 상관없이 모으기도 했다. 엮은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신문으로 역사, 시대, 세상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