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서판, 스티븐 핑커

2016. 10. 29. 09:55

인간의 본성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후천적 요인에 의해 길러지는 것일까요. '빈 서판'이 말하는 본성은 유전적 요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합니다. 빈 서판 이론은 인간의 마음을 흰 종이에 비유, 이성과 지식에 의해 채워진다고 말합니다. 이 이론은 중세 왕권과 귀족의 신분이 타고나는 것이 아님을 역설,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빈 서판 이론이 긍정적 면만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육과 양육 등이 사회개조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억압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빈 서판, 스티븐 핑커빈 서판, 스티븐 핑커

인간 본성에 관한 우리의 개념은 양육에서부터 정치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과학이 우리를 인간 본성 이해의 황금기로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과학을 통한 인간 본성 이해에 대해 적대적입니다. 그들은 사고와 감성의 타고난 패턴에 대한 발견이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변화를 전도시키고 개인의 책임감을 와해시키고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케 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핑커는 이 책에서 인간 본성에 관한 아이디어와 그것의 도덕적, 감정적, 정치적 색채를 탐구합니다. 그는 많은 지식인들이 '빈 서판'. '고상한 야만인', '기계 속의 유령'이라는 세 가지 연결된 도그마를 옹호함으로써 어떻게 인간 본성의 존재를 부정했는지 보여 줍니다. 각 도그마는 도덕적 부담을 수반하여, 그 옹호자들은 자신들에게 도전하고 있는 과학자들을 폄하하기 위해 필사적인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풍부한 인간 본성에 대한 발견들 중 평등, 진보, 책임, 목표에 관해서는 두려워할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이 논쟁에 냉철함과 이성을 불어넣습니다. 그는 명석한 사고와 상식 그리고 적합한 과학적,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대부분의 위협적인 우려들을 해체시켜 버립니다. 그는 20세기에 오랫동안 '빈 서판' 이론이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명했지만 그로 인해 얻은 건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보편적인 인간성과 개인적 취향을 부정하고, 사회 문제들에 대한 분석을 사탕발림의 슬로건으로 대체하고, 정치, 범죄, 양육, 예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왜곡시킵니다.


스티븐 핑커는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과 상식에 기반한 인식은 전혀 위험하지 않을뿐더러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이 21세기에 만들어 갈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핑커의 이 모든 논의는 많은 상을 받고 세계적임 명성을 얻은 전작들에서 축적된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된다. 위트가 넘치고 명료하며 크고 작은 주제들에 대한 통찰이 돋보입니다.

 

유전과 환경 그리고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융화와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은 다소 싱겁습니다. 그러나 결론 자체를 내릴 수 없는 사안인 것 또한 사실이며, 삶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독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