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비유로 전체주의 정치체제를 통렬하게 비판한, 20세기의 대표적 지성 칼 포퍼의 주저 가운데 하나다.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열린 사회(the open society)는 전체주의와 대립되는 개인주의 사회이며 사회 전체의 급진적 개혁보다는 점차적이고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점진주의 사회이다.

 

닫힌 사회(the closed society)는 불변적인 금기와 마술 속에 살아가는 원시적 종족 사회로서 국가가 시민생활 전 체를 규명하며 개인의 판단이나 책임은 무시되는 사회이다.

 

포퍼는 열린 사회를 우리가 인 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정의하면서 열린 사회의 최대의 적을 역사주의라 불리는 전체로, 역사적 법칙론, 유토피아로 규정한다.

 

1938년 3월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침공 소식을 듣고 저술을 시작했다는 지은이의 고백처럼, 20세기를 유럽을 휩쓴 두 가지 사상인 나치즘과 마르크시즘의 이면을 밝히고 자유주의 이념을 옹호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기본적으로 합리주의에 기초하여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 서구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나가며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개념을 설명한다. 그 중 열린사회는 이성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 수 있다는 주장이 통용될 수 있으며, 진리의 독점과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반면 닫힌사회는 전체주의와 역사주의에 기초한 사회라고 지은이는 밝히고 있다. 마술이나 금기의 위력으로 전체가 개인을 자의로 규제하며, 선민사상 등에 의하여 존재하지도 않는 역사의 법칙과 운명의 틀을 인간에게 뒤집어씌우는 사회이다.

 

지은이 칼 포퍼는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는 열린사회이며, 닫힌사회의 기원이 되는 전체주의, 역사주의, 유신론 등에 기반한 사고가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즉 이들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열린사회의 적'인 셈이다. 이러한 대담한 주장은 책의 출간 이후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어판 번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합리주의 계통의 철학자로 알려진 이한구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가 맡았다. 1982년 '이데아총서' 시리즈로 출간된 책을 2006년 '현대사상의 모험' 시리즈로 새로이 개정한 책으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각 장마다 간단한 요약을 붙이고 각 절마다 제목을 달았으며, 포퍼의 철학에 대한 전체적 조감을 위한 해설을 삽입했다.

 

또한 개정판에서는 본문의 미흡한 부분과 옛 표현을 현대 감각에 맞게 고치고,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열린사회의 적들을 염두하여 번역을 수정, 보완했다. 특히 저서에 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초판에서는 약 30%만 번역되어 있던 주를 모두 번역한 것이 눈에 띈다.

 

 

"플라톤은 정치가를 의사에 비유한다. 플라톤이 그의 정치적 사명을 사회의 병든 몸뚱이를 치료하는 자나 구제하는 자로 그리고자 하는 이상 이런 예를 택한 것은 아주 적절하다. 그러나 국가 통치자는 강한 약을 처방할 만큼 대담하지 못한 평범한 의사들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보다 대담하게 거짓말을 하고 그들의 적과 자신들의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 국가 통치자의 일이며, 다른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통치자는 강한 약을 써야 한다고 권고했을 때, 플라톤이 생각한 것은 피지배자 대중의 행동을 통제하는 기술인 선전이었다. 그러나 플라톤이 철학자는 진리를 사랑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왕은 보다 용기 있고 또 보다 대담한 거짓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된다고 주장하면서, 철학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든가, 왕이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플라톤이 '철학자'라는 말을 쓸 때 실제로 그의 마음속으로는 다른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철학자란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바와 같이 진실로 지혜를 추구하는 자가 아니라, 오만한 진리의 소유자이며 학식 있는 현인이었다. 그러므로 플라톤이 요구하는 것은 현자지배인 것이다." p.231.

 

 

 

칼 포퍼의 코멘트

 

이 책 속에 인류의 지적 지도자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몇 사람에 관해 비난하는 말들이 있다 하더라도 독자들은 나의 의도가 그들을 헐뜯고자 함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문명이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인물에 맹종하는 습관을 타파해야 한다는 나의 확신에서 나온 것이다.

 

이 책 속에 인류의 지적 지도자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몇 사람에 관해 비난하는 말들이 있다 하더라도 독자들은 나의 의도가 그들을 헐뜯고자 함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문명이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인물에 맹종하는 습관을 타파해야 한다는 나의 확신에서 나온 것이다.